독신
사밧티(슈라바스티, 사위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성 불제자인 기사 고타미는 아침 일찍부터 수행을 마치고 숲에 들어가 한 그루의 나무 밑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그 때 악마가 다가와서 말했다.
“당신은 마치 자식을 잃은 어머니와 같지 않은가. 왜 축 늘어져 혼자
앉아 있는가? 혼자 숲속에 들어와 남자를 찾고 있는가?”
기사 고타미는 생각했다.
‘이러한 말을 하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사람일까, 사람이 아닐까?’
또 이렇게 생각했다.
‘이것은 마가 불도수행을 방해하고 마음을 동요시키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고타미는 의연하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분명히 자식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지난 일입니다.
또 남편도 잃었지만 그것도 지난 일입니다.
더 이상 나는 슬퍼하지 않으며 울지 않습니다.
벗이여, 나는 당신이 두렵지 않아요. 향락은 무너지고
무명(無明)의 암흑도 부수어졌습니다.
사마(死魔)의 군세와 싸워 이기고 나는 마음에 한 점
구름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는 “발각됐다”고 말하고 기가 꺾여 사라져 버렸다. (산유타·니카야)
기사 고타미는 일찍이 남편과 자식을 잃고 자신의 불행을 한탄하며
슬퍼하고 있을 때 석존을 만났다.
석존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다시 살아올 수 있는지를 묻는 그녀에게
“지금까지 사망한 사람이 없는 집에서 겨자씨를 가지고 오세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겨자씨만 가져오면 아이가 되살아올 것이 틀림없다”라며 필사적으로 ‘지금껏 죽은 사람이 없는 집’을 찾았지만 그런 집은 없었다.
그녀는 생사의 괴로움은 모든 사람에게 온다는 것을 깨닫고 석존에게
귀의한 것이다.
마(魔)가 했던 말은 “지금 당신이 혼자 있는 모습은 남편과 아이를 잃고
방랑했을 때의 모습과 똑같지 않은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확실히 겉모습은 똑같이 ‘독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운명에 짓눌린 ‘고독한 한 사람’이 아니다.
마음에 한 점 구름도 없고 진리를 가슴 속에 안고 살아가는 ‘독신’의 위대한
불제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에게 “벗이여”라고 부르고 있는
점에서도 그녀의 커다란 마음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