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량품 강의 14
【본 문】
비여양의. 지혜총달. 명련방약. 선치중병. 기인다.
譬如養醫. 智慧聰達. 明練方藥. 善治衆病. 其人多.
제자식. 약십. 이십. 내지백수. 이유사연. 원지여국
諸子息. 若十. 二十. 乃至百數. 以有事緣. 遠至余國
비유하면 양의가 지혜총달하여 확실한 方藥(방약)을 만들어 중병을 능히 고치
는 것과 같다. 그사람은 여러자식이 많다. 혹은 10, 20 내지 百數(백수)이니라.
일의 연유가 있어서 멀리 여국에 이러렀다.
【강 의】
여기에서부터 유명한 양의병자(良醫病子)의 비유에 들어간다. 방편품에 종종
(種種)의 비유를 갖고 널리 언교(言敎)를 말함이라고 있던 것처럼 불전(佛典)
에는 곳곳에 여러가지 비유가 나온다.
부처는 심원한 가르침을 중생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능숙한 비유이야기를 사용
하여 알기 쉽게 설했던 것이다.
철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적확한 비유를 찾아내는 것은 특히 위대한 일이다. 비
유만 알고 있으면 그 이후는 아무 것도 필요없다. 비유는 천재의 성질을 증명
하는 하나의 증거이다." (詩에 대하여 요지)라고 말했다. 실로 부처는 위대한
대화의 천재이다.
알기쉽게 비유를 가지고 설해야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마음이
움직이면 경애혁명도 가능해 진다. 부처의 비유는 그 사람을 어떻게 해서든지
변혁시키자. 행복하게 해 주자는 자비의 발로이다.
또 지혜의 결정(結晶)이다.
법화경은 석존이 대화의 달인이라는 모습이 최고로 발휘된 경전이다. 그러므로
법화경에는 실로 많은 비유가 있다. 그 중에서도 법화칠비(法華七譬) 혹은 법
화칠유(法華七喩) 라고 일컬어 지듯이 특히 중요한 것은 7가지이다. 삼거화택
(三車火宅) 장자궁자(長者窮子) 삼초이목(三草二木) 화성보처(化城寶處) 의리
주(衣裏珠) 계중명주 그리고 이제부터 배우는 양의병자(良醫病子)이다.
부처는 인류의 根本苦를 치유하는 醫王
이 법화칠비 가운데 양의병자의 비유만이 본문에서 설해진 비유이며, 나머지는
모두 적문에 있다.
수량품에서는 부처의 영원한 생명이라는 구극의 가르침은 이미 설해졌다. 그러
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앞부분에서 말했듯이 그 구극의 가르침을 자기
자신이 체득하게 하는 것이 부처의 최대의 목적이다. 그를 위해 최고의 방편으로
서 부처는 입멸의 모습을 나타낸다.
그 方便現涅槃(방편현열반)을 비유의 형태로 나타낸 것이 양의병자의 비유이다.
또 "양의 병자의 비유"는 부처가 입멸의 때에 후세의 사람을 구제하는 묘법을
설해 남긴다는 것을 나타낸다. 멸후 말법의 중생에게 묘법이 자신들을 위해 설해
진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시키고자 한 것이다.
비유는 등장 인물의 소개에서 시작한다.
-- 한사람의 명의가 있었다. 총명하고 지혜가 있으며 약을 만들어 병을 고치는 일
에 뛰어났다. 그에게는 많은 자식들이 있었다. 10명, 20명 아니 100명이나 있었다.
의사는 일 때문에 잠시 타국에 가 있었다.
이 명의는 오백진점겁 구원실성의 석존을 가리킨다. 무한한 지혜를 갖춘 부처이
다. 약을 만들다란 가르침을 설하는 일이다. 백명이라고 하면 상당히 자식이 많다
고 생각되지만, 이것은 부처에게는 일체중생이 자식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잠시 타국에 갔다는 것은 오백진점겁의 석존이 과거세에 잠시 타토(他土)에 출현
했던 것을 비유한다.
부처는 자주 의왕(醫王), 최상의 의사에 비유된다. 부처가 의사에 비유되는 것은
마치 의사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적절한 치료법을 베풀듯 부처는 중생의 고뇌
를 해결하는 가장 적합한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병(病)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치통에 감기약을 먹어도 듣지 않는다. 복통의 경우
에 안약을 넣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병과 약의 관계를 숙지하고 있는 것이 명의이
다.
일반인의 종교상식으로서 종교는 아무 것이라도 좋다는 말을 흔히 한다. 그렇다면
약은 아무 것이라도 좋다고 생각해도 좋을까. 그것은 너무나도 자신의 인생에 무책
임한 태도가 아닐까.
그 종교가 자신의 인생이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엄밀하게 판별해
야 한다.
더욱이 부처는 단순한 명의가 아니다. 의왕(醫王)이다. 모든 중생의 깊은 곳에
가로놓인 근본적인 괴로움 -- 원품(元品)의 무명을 치유하는 묘법을 알고 있다.
그것이 후세의 모든 중생을 위해 부처가 남긴 구극의 교법(敎法) -- 수량문저(壽
量文底)의 묘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