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량품 강의 3
[본문]
譬如五百千萬億. 那由佗) 阿僧祇). 三千大千世界 假使有人. 抹爲微塵
비여오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 . 삼천대천세계 가사유인 말위미진
過於東方 五百千萬億. 那由陀). 阿僧祇國). 乃下一塵. 如是東行
과어동방 오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국 . 내하일진 여시동행
盡是黴塵. 諸善男子). 於意云何 是諸世界. 可得思惟. 校計知其. 數不
진시미진 . 제선남자 . 어의운하.시제세계 . 가득사유 교계지기 . 수불.
彌勒菩薩等). 俱白佛言. 世尊是諸世界. 無量無邊 . 非算數所知. 亦非心力所.
미륵보살등 구백불언 세존시제세계. 무량무변 비산수소지 . 역비심력소
無量無邊. 非算數所知. 亦非心力所. 及一切聲聞 辟支佛. 以無漏智).
무량무변 . 비산수소지 역비심력소 . 급일체성문 벽지불 이무루지
不能思惟 知其限數 我等住 . 阿惟越致地. 於是事中.
불능사유 . 지기한수 아등주 아유월치지 어시사중
亦所不達世尊 . 如是諸世界. 無量無邊
역소부달세존 . 여시제세계 . 무량무변
비유하면 오백천만억나유타아승기의 삼천대천세계를, 어떤 사람이 있어, 갈아서
미진(微塵)으로 만들어, 동방(東方) 오백천만억나유타아승기의 나라를 지나서
일진(一塵)을 떨어뜨리고, 이와 같이 동(東)으로 가서 이 미진을
다 떨어뜨리는 것과 같으리라.
모든 선남자(善男子)여, 마음에 있어서 어떠하느뇨. 이 모든 세계는 사유(思惟)하고
추량하여 그 수를 알 수 있겠느뇨 없겠느뇨."라고
미륵보살 등이 함께 부처에게 아뢰어 말하길, "세존이시여, 이 모든 세계는 무량무변하여
산수(算數)로써 알 바가 아니옵나이다. 또한 심력(心力)이 미치는 바가 아니옵나이다.
일체의 성문 * 벽지불은 무루지를 갖고도 사유(思惟)하여 그 한수(限數)를
알 수가 없나이다.
우리는 아유월치지(阿惟越致地)에 주(住)하지만, 이 일 가운데 또한 도달할 수 없는
바이옵나이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모든 세계는 무량무변이옵나이다."라고
[통해]
(석존이 보살들에게 말씀하시길)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오백천만억나유타아승기라는 무수한 삼천대천세계를
잘게 부수어 미세한 먼지로 만든다. 그리고 그 먼지를 가지고 동쪽으로 가서,
오백천만억나유타아승기라고 하는 무수한 나라를 지날 때마다 그 먼지를 하나씩
떨어뜨린다. 이처럼 동쪽으로 가면서 이 먼지를 모두 떨어뜨리면서 없앤다.
선남자여, 이 사이에 통과한 세계의 수는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는가. 생각하든가
추측하여 그 수를 알 수 있는가 없는가"
미륵보살 등이 함께 부처에게 이렇게 말씀드린다.
"세존이시여, 지금 말씀하신 수많은 세계는 무량무변하므로 계산하여 알 수도 없고
또한 마음의 힘이 미치는 바가 아닙니다. 일체의 성문과 연각이 그 더러움 없는
지혜로써 생각해도 그 수를 알 수 없습니다.
또 우리 보살은 불퇴전(不退轉)의 위(位)에 있지만, 이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많은 세계는, 다만 무량무변하다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어역]
* 나유타(那由佗) 아승기(阿僧祇): 각각 산스크리트어인 나유타(nayuta),
아상가(asanga)를 음역한 말. 모두 인도에서 쓰는 수(數)의 단위. 헤아릴 수 없는 큰 수.
*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 고대 인도의 세계관으로 전우주를 말한다.
이 세계관에서는 수미산(須彌山)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사대주(四大洲: 우리가 사는
넘염부제는 그 중 하나). 또한 그 주위에 구산팔해(九山八海)가 있으며 위는 태양,
달을 포함한 천계, 아래는 대지 밑의 삼륜(三輪)에 이르는 세계를 일세계(一世界)
라고 한다. 이 일세계가 천개 모여 소천세계(小千世界). 소천세계가 천개 모여
중천세계(中千世界). 중천세계가 천개 모여 대천세계 또는 삼천대천세계
(三千大千世界)라고 한다.
* 무루지(無漏智) : 번뇌(루<漏>)를 끊고 증득(證得)하는 이승(성문 연각)의 최고의 지혜.
* 아유월치지(阿惟越致地) : 산스크리트어인 아비바르티카(avivartika)를 음역한 말.
아비발치라고도 쓴다. 불퇴(不退), 불퇴위(不退位), 무퇴(無退)라고 번역한다.
보살의 수행의 위(位)로서 불퇴전의 위.
[강의]
오백진점겁의 성도를 밝힌 석존
석존이 얼마나 장원(長遠)한 옛날에 성불했는지를 나타내기 위해 비유를 설한다.
이로써 이른바 '오백진점겁'이 밝혀진다.
처음에 '오백천만억나유타아승기의 삼천대천세계'라고 있다.
'오백천만억나유타아승기'란 '오 - 백 - 천 - 만 - 억 - 나유타 - 아승기'라는 수(數)이다.
게다가 '나유타'나 '아승기'는 셀 수도 없는 무수(無數)를 의미한다. 무수에 무수를 곱하는
것이므로 아무도 산출할 수 없다.
또 삼천대천세계란 고대 인도 사람의 세계관에서 전우주를 뜻한다. 이것 자체가
광대한 넓이다. '일세계(一世界)'에는 태양이 있고 달이 있으며, 세계의 중심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높이의 수미산이 있다. 그것을 십억 모은 것이 삼천대천세계이다.
그러나 수량품은 '오백천만억나유타아승기의 삼천대천세계'라는 광대한 우주관을 훨씬
능가하는 방대한 수의 세계를 제시하고 있다.
게다가 경문에는 이 광대무변한 세계를 모두 부수어 미세한 먼지로 만들라고 나와 있다.
이 먼저의 수는 더욱 헤아릴 수 없다. 미진(微塵)이란 더 이상 부술 수 없는 최소의
물질이다. 현대로 말하면 원자(原子)나 소립자(素粒子)에 해당할지도 모른다.
그 무수한 먼지를 이번에는 동쪽으로 가서 오백천만억나유타아승기의 나라를 지날
때마다 하개씩 떨어뜨린다. 두개 이상 떨어뜨리면 안 된다.
그처럼 하여 이 미진이 모두 없앤다. 그 사이에 통과한 나라가 몇 개이냐고 석존이
미륵 등에게 묻는다. 이미 누구도 대답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이 질문을 받고, 수량품의 대표적인 대고중(對告衆)인 미륵보살이 대답한다. "통과한
세계의 수는 계산하여 알 수도 없고 또한 마음의 힘이 미치는 바가 아닙니다."
"심력(心力)이 미치는 바가 아니옵니다."란 번뇌를 끊었다고 하는 성문(聲聞) *
벽지불(연각)의 이승(二乘)의 지혜로도, 불퇴전의 위(位)에 들어간 대보살의 경애로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단순한 수나 시간의 길이의 문제가 아니라 실은 경애의 문제이다.
'이미 일분(一分)의 무명(無明)을 끊었다는 불퇴의 대보살조차도 모른다' - 이것은
가장 근원적인 '원품(元品)의 무명(無明)'을 타파하지 않으면 수량품의 구원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수량품의 첫머리에서 '신해(信解)'를 강조한 의미도 여기에 있다.
니치렌대성인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원품의 무명을 대치(對治)하는 이검(利劍)은 신(信)의 일자(一字)이니라"(어서 751쪽)
광대한 '경애'를 여는 수자의의 비유
이전경(爾前經)도 무량한 수를 설했다.
그러나 수량품은 단순히 추상적인 숫자로서 '무수(無數)'를 설하는 것이 아니다.
미진으로 만들어서 그 먼지를 떨어뜨리려고 하듯이 언뜻 보기에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비유를 들어 이미지를 상기시킨 다음, 그 사색을 다그치듯이
차례차례로 타파한다. 마찬가지로 '무수'라고 해도 미륵 등의 관점에서 보면
실감이 다르고, 마음의 깊이가 다르다.
여기에 나오는 비유는, 이전경과 같은 수타의(隨他意: 부처가 구계의 중생의
마음에 따른다.)의 비유가 아니다. 중생의 좁은 경애를 열어, 부처의 광대한 경애로
이끌어 들이려는 수자의(隨自意: 구계의 중생을 불계<佛界>에 따른게 한다)의 비유다.
미륵을 비롯한 대중은 석존의 설법을 들으면서, 대우주를 자유자재로 춤추듯이
부처의 대경애에 힘차게 빨려들어가는 심정이었을 것이다.